Y시에서 열린 무용 콘서트를 보러 갔다. 객석이 설렁하다. 무용이라는 장르가 돈내고 보러 간다는 생각이 들게 하기는 어려운 장르다. 사회자가 미리 안내를 한다. “오늘 공연을 단체 보러 오시기로 한 00부대 장병 여러분들이 급하게 비상이 걸려 외출을 못하게 되었습니다. 아쉽습니다. 대신 00지구대 의경 여러분들께서 와 주셨습니다. 박수로 환영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렇구나. 결국은 가까운 군부대와 경찰서에 연락해서 저녁먹고 휴식시간을 갖는 군인아저씨들을 강제동원(?)해야 그나마 객석이 차는 것이구나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유료 공연으로 시작했다가 무료공연으로 돌리고 그나마도 객석이 비는게 싫어서 강제로라도 객석을 채워야 한다는 생각에 종종 동원되는 방법이다. 노인정에 단체로 오시라고 표를 돌리기도 한다. 얼마나 관객을 모시기가 힘들면 ‘찾아가는 음악회’라는 것까지 만들겠는가?
몇 년전에 어린이 뮤지컬 [헨젤과 그레텔]을 만들었다. 막상 공연을 올리고 보니 사람 모으는 것이 장난이 아니다. 저녁공연은 그런대로 표를 팔았다. 문제는 낮 공연. 궁리 끝에 YMCA 어린이집이 생각났다. 봉사직으로 이사를 맡으면서 제대로 대접도 못했는데 이 공연으로 인심이나 쓰겠다고 생각하고는 인근의 4개시 YMCA에 연락해서 어린이들을 무료 초대해서 객석을 채웠다.
어차피 적자를 각오한 공연이지만 썰렁한 객석보다야 백번 낫지 않은가? 줄줄이 극장에 들어와 앉은 노랑병아리같은 아이들을 보는 순간 안 먹어도 배가 불렀다.
예총 관계자들은 항상 바쁘다. 제 공연들 준비하느라 바쁜 면도 있지만 상당수가 자리 채워주러 품앗이 간다. 서로 장르가 달라도 전시든 공연이든 행사가 있으면 가급적 자리를 채워주려고 한다. 속내를 알기 때문이다.
참고로 아주 얄미운 관객들이 있다. 좋은 자리 표 좀 달라고 아쉬운 소리를 해서 기껏 좋은 자리를 주었더니 정작 공연장에 나타나지 않는 VIP는 정말 밉다. 자기가 볼 것도 아니면서 다른 이에게 인심 쓰려고 표를 달랬던 것이다. 부디 좋은 공연이 있다면 기꺼이 가시라. 조금은 덜 재미 있을 것 같은 공연이라도 부디 자주 가시라. 일껏 잔치상을 준비했는데 객석이 비면 그것만큼 맥빠지는 일도 없다.
(컬럼니스트 김용현) 080510 주간군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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