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컬럼 / 이해도 못하는 예술을 찾아야 하는 이유
고등학교를 다니면서도 돈을 벌어야 했던 내게 예술은 사치였다. 배들 부르니까 가능한 신선놀음이었다. 그런 내가 대학에 입학하고 학생들이 만든 연극을 보면서 달라졌다. 퀴퀴한 냄새가 나는 대학극장에서 연극에 빠져든 무대 위의 배우와 넋을 놓고 바라보는 친구들을 보면서 아름다움이라는 것을 처음 느꼈다. 그후로 ‘아름다움’을 탐하기 시작했다. 점심값을 모아서 시집을 사고, 돈이 없어 입장권을 못사면서 열린 창밖으로 음악이 들리는 연주회장을 찾아 다녔다. 이해도 못하는 전위예술, 행위예술도 일부러 찾아다녔다.
그건 어느 순간 눈이 열리는 아름다움에 대한 탐닉이다. 예술가는 본래 신의 세계에 속한 아름다움을 한 조각 훔쳐다가 사람들에게 맛을 보게 하는 존재다. 땅에서 발을 딛고 하루하루를 사는 사람들은 천상세계의 아름다움을 잊고 산다. 그 아름다움을 예술하는 사람들이 조금씩 전해주는 것이다. 그러니 당장은 이해하기 어려운 대목이 있더라도 엉덩이를 붙이고 앉아서 눈길을 주노라면 그 세계에 조금씩 동화되어 갈수 있는 것이다. 콩나물에 물주면 물은 다 빠져 나가지만 콩나물은 쑥쑥 자라지 않는가?
지금은 다양한 형태의 공연들이 열리고 있다. 오페라 전곡이 이해하기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서 유명한 아리아 만을 모은 갈라콘서트도 열리고 명품 보석상이 모은 컬렉션을 국립박물관이 공예예술을 소개한다는 취지에서 초청전시회를 열기도 한다. 명품을 탐하는 본능이 가진 사람들의 자기 과시일수도 있다. 하지만 160년전 보석상에 지나지 않았던 카르티에가 지금은 명품 시계로 큰 돈을 벌었지만 그동안 쌓아온 보석가공의 노하우와 경력 그리고 소장해 온 소장품들이 세계 각국을 돌며 전시회를 열고 있다. 지난 22일 부터는 대한민국 국립박물관에 초청으로 전시회를 여는 세상이다. 재화적 가치를 떠나서 공예로서의 아름다움을 느껴보라는 의미다.
괴테는 하루에 한 편 좋은 시를 읽고 좋은 음악을 듣는 일을 계속하라고 했다. 한 단계 높은 인간성으로 순화되기 때문이다. 물론 좋은 공연을 찾아다니면서 감상하고 클래식에 심취한다 해서 사람이 교양있는 사람이라는 등식은 성립되지 않는다.
하지만 시가 펼치는 공연마당 앞자리에 어거지로 자기 자식을 앉히려는 엄마들의 극성을 보면서 나중에 아이가 자라 스스로 문화예술을 즐기는 사람으로 자란다는 생각만해도 그건 부모가 해줄수 있는 큰 유산이 되리라 믿는다.(김용현 컬럼니스트) 080425 주간군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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