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0월 8일 수원화성문화제 개막일. 올해 행사는 이상하게 엉성하다. 주무대 주변에는 만들다 만 베니어합판, 각목, 페인트 통이 굴러 다닌다. 지난해 행사장에서 성황을 보인 음식마당을 음식축제로 격상 시켰다고 홍보를 해놓았는데 주최측과 뭐가 안 맞아선지 식자재들만 박스채로 부스 한가운데 쌓아 놓고는 개점이 안된 상태다.

개막일 하일라이트는 불꽃놀이. 수원 화성에서 펼쳐지는 불꽃놀이는 볼만하다. 서장대 위에서 쏘아 올리는 곳이 장관이다. 몇 해 째 수원에서 불꽃놀이를 하면 찾게 된다. 서장대 위에 올라가서 보기도 했다. 성곽에 올라서서 수원 시가지를 내려다보면서 바라보는 불꽃놀이는 퍽 운치 있다. 2천여발 정도로 시간은 20분이 채 안되지만 주변 풍경과 어울리면 제법 볼만하다.

그런데 올해는 영 이상하다. 먼저 시작된 개막행사가 채 끝나지 않은 상태였다.

화성행궁을 복원하면서 100여억원을 들여 종각을 복원했다. [여민각]이라 했다. 종각을 가린 휘장을 걷어내는 제막식을 하는데만도 30여분을 쓰더니 이제는 타종행사를 한단다. 28회를 타종한다면서 왜 28회를 치는지도 제대로 설명도 없다. 이어 수원시장, 수원시의회 의장 등 내빈들이 8명씩 올라서서 세번치고 다음에는 해외 자매결연도시에서 온 사절들을 세워서 또 세번..하는 식으로 마냥 행사가 늘어진다. "수원시민들의 안녕을 기원하며....."하는 안내 멘트가 이어지지만 객석에서는 욕나온다.

갑자기 마라톤 중계가 생각이 난다. 생방송 중계중에 가장 어려운 것이 마라톤이란다. 뭐라고 할 것인가? "예. 잘 달리고 있습니다"라는 말만 되풀이 하게 되는 마라톤 방송은 결국 할 말 안 할 말 다 생각해내야 하는 중계라서 힘들단다.

방송장비를 통해서 객석에 전달되는 종소리는 음향장비 잘못 설치해서 나는 "웅~"하는 험소리와 크게 구별하기도 어렵다. 그런 종치는 일을 삼십분이 넘도록 하고 있으니 좋아할 관객이 어디 있을까?

이상하게 수원에서 하는 행사들은 의전에만 신경쓰고 관객들을 배려한다는 느낌은 받기 어렵다. 배포된 행사시간인 8:50보다 한시간이 넘어서야 시작된 잠깐의 불꽃놀이. 욕나온다.

Posted by 이벤트평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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