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2일 제5회 포항불빛축제 폐막식이 있었다. 중부권에는 폭우가 내리고 있었고 폐막식이 끝나고 5시간도 되지 않은 3일 새벽 포항에도 많은 양의 비가 내렸다. 하늘이 도와서 불빛축제의 대미를 장식하는 순간에는 비도 바람도 비껴갔다. 야외축제기획에서 이렇게 큰 행운은 찾기 힘들다. 2005년엔가 서울랜드 앞에서 공룡전시회가 있었는데 행사장 임대기간 60일중 47일을 비가 내렸다. 기획자는 망해서 알거지가 되고 말았다. 하늘과 동업하는 것이 야외축제 행사다.
영남지방 행사에서 70만을 동원하는 일은 흔치 않다. 서울 여의도에서 불꽃축제를 하면 여의도를 가득 메우는 관람객이 60만이다. 교통접근성이 좋은 여의도에서 60만이 한 번에 몰리면 대형사고가 나는건 불보듯 훤한 일이다. 실제로 여의도에서는 60빌딩과 한강둔치를 가로지르는 철제펜스가 밀려드는 인파로 엿가락처럼 휘어져 버린다.
70만 동원의 가장 큰 요인은 대형축제라는데 있다. 개막식은 북부해수욕장에서 폐막식은POSCO라는 대기업의 후원을 안고 그 공장에서 형산강을 향해 쏘아 올리는 것으로 기획됐다. 그리고 그 강변에 행사장을 마련했다. 개막식과 폐막식에는 세계 3개국씩 출전해서 50분간 30만발을 쏘아 올리는 대형 축제로 기획되었다. 서울불꽃축제 이상의 규모다.
본래 불을 좋아하는 인간의 본성에 화려함과 단 한번 뿐이라는 아쉬움이 합쳐지는 축제가 불꽃놀이다. 그것을 50분을 이어가는 대형 행사로 만들기 때문에 서울에서 6시간을 달려가는 관람객이 생기는 것이다. 이번 축제에는 2만원 짜리 관람권도 판매됐다. 3천개니까 6천만원이 개막식 공식 수입이다. 그리고 포항 시내가 넘쳐나는 관광객들은 또 얼마나 돈을 썼을 것인가?
지자체를 살리는 묘안이 대형 축제를 여는 것이다. 너나 없이 만들고 특색없는 축제로 빈축을 사기도 하지만 성공한 축제는 분명 지역을 살리는 원동력이 된다.
함평 나비축제가 이제 곤충엑스포로 탈바꿈한다. 10년전 땅값이 쌀때 조성된 행사장은 전남지역 최대의 켄벤션 센터 부지로 떠오른다. 투자액의 6배는 벌었다는 함평나비축제, 포항불빛축제가 그 성공신화를 다시 쓸수 있기를 빈다.
마지막 쓸데없는 덧붙이는 소리. 96년엔가 군포에서 수도권 학생들을 위한 대학입학,유학정보 박람회를 열자고 했다가 욕만 실컷 얻어먹었던 기억이 난다. 서울 COEX에서 올해 5월에 열린 이 행사에서는 밀려드는 인파로 난리가 났다. 그때 군포에서는 너무 일러서였을까? 아니면 말을 못알아듣는 어른들 때문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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