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나라군포철쭉축제, 군포독서대전 처럼 주제를 정한 축제보다 아무런 주제없이 치르는 축제는 성공하기 힘들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하지만 '시민'이라는 이름을 붙이고도 성공한 축제가 안양시민축제다. 가능할까 싶지만 주최 측이 확실하게 시민을 주제로 하고 시민을 콘텐츠로 세우면 가능하다.
200여 개의 부스를 펼치고 신도심 평촌중앙공원과 범계역, 구도심 삼덕공원에서 이원화해서 펼치는 축제가 성공하는데는 주최 측의 치밀한 노력이 있어 가능한 얘기다.
1.끝없는 고민, 주최는?
공무원들의 참여가 약하다는 건 주관이 안양문화재단으로 넘어가면서 예견됐었다. 주최는 안양시와 안양시민축제추진위원회가 한다. 주최를 놓고 공이 오가면서 이어지는 실험이 축제를 흔들리게 한다. 시민축제추진위원회가 키를 쥐고 있어 그나마 다행이랄까?
2.전야제 공연 축소
첫날 저녁 시민가요제를 키워 가장 큰 예산이 들어가는 연예인 초청 공연을 축소하고 시민가요제 중간에 초대가수를 넣는 방법을 택했다. 행사가 늘어진다는 점이 문제지만 예산을 크게 즐일수 있다.
시민들이 유명한 가수 공연을 보는 것으로 즐기는 것 못지 않게 노래 부르기를 좋아 한다는 점을 최대한 살린 프로그램개발이다.
3.시민참여를 확대하는 방안으로 콘텐츠에 참여하게 한다.
단순하게 관객으로 그치지 않게 하는 방법이 자원봉사축제와 동아리축제를 합하는 방안이다. 기관들을 자기 홍보를 위해, 동아리들은 이 축제에 공연 참여를 위해 1년 여를 준비하며 동아리활동을 한다.
중앙공원 한림대 방향에 따로 만든 댄스마당에서는 중고생들로부터 실버댄스단까지 하루종일 참여하려는 단체들로 성황을 이뤘다.
4.먹거리장터의 문제
아직도 주민자치위원회, 장애인단체들을 앞세워 먹거리 장터를 운영하고 축제를 장사하는 판으로 이용하려는 이들이 있으며 이를 배제하는것이 축제위원회의 고민이다.
향우연합회, 음식업협회가 주관해서 큰 판을 벌이기도 하며 때로는 이 먹거리 장터가 가장 큰 판이 되기도 했었다.
올해 추진위원회는 음식은 주변 범계역 주변이나 안양일번가 등 주변 상가를 이용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축제를 통한 지역경제 살리기 취지에 맞다고 판단했다. 그리고 이 문제는 끝없이 고민해야 하는 숙제가 된다. 추진위원회의 의지를 단체장이 수용하느냐 안하느냐가 가장 큰 화두기 때문이다.
5.안양기업관과 사회적경제부스의 분리 설치
안양에서 생산되는 제품을 홍보하는 부스와 지역에서 서비스와 제품을 제공하는 영업부스를 분리해서 외곽으로 배치하는 묘안을 냈다.
6.천혜의 기반시설 주차장과 나무그늘
중앙공원 지하 주차장을 강행했던 당초 도시설계자들에게 경의를 표한다. 지상에 차없는 공원이라는 80년 당시로는 파격적인 아이디어를 강행했기에 오늘의 중앙공원과 중앙공원에서의 축제가 가능했다. 지하 2층의 대형 주차장은 일등 공신이다. 나무가 자라기 전에 중앙공원에 나무그늘이 없다는 것은 언론이 두들겨 대는 가장 쉬운 타킷이었다. 하지만 가장 빨리 자라는 플라타너스를 세 줄로 심어가며 녹지를 조성한 덕에 시민들이 돗자리를 펴고 앉은 모습은 장관이다. 미처 바닥에 잔디가 자라지 않아 먼지 날리는 맨 흙 위라 해도 시원한 그늘은 자체가 성공이다.
7.어린이를 위한 공간 앨리스원더랜드의 성공
시민축제 답게 가족을 위해 특히 어린이를 위해 특별 공간을 만든게 올해 축제의 특징.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생각하고 들어서면 다양한 놀이기구를 볼수 있다.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즐겁고 지켜보는 어른들이 더 좋아하는 공간을 연출해냈다.
무엇보다도 자기 자식 노는 모습을 사진에 담으려는 젊은 부모들의 필사적인 모습은 그 자체로도 충분히 이벤트가 가능하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8. APAP의 자기 홍보
공공미술이 시민들에게 이해받기 위해서는 부단한 노력이 필요하다. 의회 마저도 회의하는 공공미술사업에 대해 올해 집행부는 10월에 있을 행사를 홍보하는 데 그치지 않고 공공미술작업 자체를 이해시키는 부스를 행사장에 대거 배치하고 홍보에 집중했다.
무슨 부스인지 이해하기 어려운 사업을 영상을 통해 홍보하고 여기에 축하와 기대의 메시지를 영상으로 남기는 부스까지 설치하는 공을 들였다.
봄이면 뉴욕퍼레이드로 불리는 대형 이벤트가 관광객을 불러 모은다. 뉴욕 시내 학교에서는 퍼레이드에 참가할 아이디어를 내고 장식차를 치장하는데 1년 내내 골몰한다. 세계인들에게 뉴욕퍼레이드는 봄이면 뉴욕시가지를 퍼레이드 행렬이 지나가고 빌딩 사이로 거대 풍선들이 유영하는 근사한 볼거리로 뉴욕을 기억하게 한다. 하지만 이 축제는 메이시백화점에서 시작한 봄맞이 세일이 시작이다. 백화점 자체 행사가 시민들에게 녹아 들어가고 세월이 흘러 지금도 메인 스폰서는 메이시백화점이 나서 주지만 관람객들에게는 뉴욕페스티벌이지 메이지는 뒷전이다.
안양도 다른 지자체들과 다르지 않았다. 때로는 관주도로 때로는 재단이나 축제감독을 선임해서 사무국을 만들어서 맡기는 등 다양한 실험을 20여 년을 해왔다. 그 실험 가운데 정당이 다른 단체장들이 지나갔다. 그런 와중에도 시민대표들로 구성된 축제위원회가 지탱해 온 것이 이만큼의 성공을 지켜 온 것이다.
나는 축제에서 우리 민주주의의 현 위치를 본다. 세금이 쓰이기 때문에 공무원들이 만들어서 시민에게 제공하는 축제가 있다. 축제를 즐기는 이들에게 직접 만들어 보라고 세금을 건네주고 뒤로 물러서는 축제가 있다. 후자가 당연히 더 즐거운 축제다. 그게 못 미더워서 아직 불안해 하는 것이다. 하지만 처음으로 돌아가 생각해 보자. 누구도 이런 잔치판을 만들어 달란 적 없었다. 시민들의 보이지 않는 욕구를 눈치 챈 이들이 먼저 판을 깔았고 시간이 흘러 스스로 생물이 되어버린 지역축제. 여기 까지가 우리가 하는 민주주의의 현주소다.
안양시민은 시청 보다 재단 보다 앞서 간다. 추진위원회가 그나마 바짝 따라 붙은 격이다. 내년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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