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영훈이 전하는 문화예술칼럼 –
이런 공연문화를 만들자
제12탄, 불공정한 공연계약을 개선하자.
1971년 서울 출생
서강대 법학과 대학원 졸업
현 댄허커뮤니케이션즈코리아 대표
현 극동아트TV 자문위원
현 뉴스컬쳐 자문위원
현 공연문화예술 기획자, 프로듀서(공연, 뮤지컬, TV, 음악), 연출가, 진행자
공연이든, 비행기든, 레스토랑이든 예약을 하고 아무런 통보 없이 가지 않거나, 예약시간이 다 되어서야 전화 한 통화로 예약을 취소하는 경우를 여러분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그것도 예약금을 지불하지 않은 상태에서 말입니다. 오늘 칼럼에서는 이와 유사한 공연계약에 대해서 말씀 드리고자 합니다. 이제는 기업의 창립기념식이나 시상식 등 일반적인 행사에서도 가수의 축하무대나 전통무용 등 다양한 초청공연이 펼쳐지는 경우가 보편화 된 것이 사실입니다. 이러한 특별공연이 전개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절차를 거치게 되는데요, 유명가수나 현악 앙상블이나 할 것 없이 외부로부터 출연섭외를 받아 공연을 추진하게 되면, 견적서 송부, 공연계약 체결, 계약금 지급, 공연, 잔금 지급의 순으로 절차가 진행되는 것이 일반적 입니다. 통상의 외주계약들과 크게 다른 부분이 없는데요, 공연을 주관하는 일반 기업이나 중간 기획사와의 계약에서도 종종 있기는 하지만, 유독 지방자치단체와의 공연계약에서는 더 큰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 사실입니다. 바로 공정성에 관한 부분인데요, 우선 모든 공연계약서는 지자체의 표준계약서를 따르도록 되어있다 보니 전체적인 공연환경 등을 포함해서 공연료 지급에 이르기까지 지자체의 일방적인 입장이 계약서에 반영되곤 합니다. 가장 주목할만한 부분은 ‘계약금 지급조항’이 없다는 것입니다. 지자체와는 보통 1~2개월 전(심지어는 6개월 전)에 계약을 하게 되는데요, 그렇게 되면 공연 팀 입장에서는 해당 공연일에 다른 공연섭외가 들어와도 계약 때문에 중복해서 일정을 잡을 수가 없습니다. 더욱이 해외 콘서트 등 중장기 계획은 위 계약의 영향으로 사전에 무산되어버리곤 합니다. 어쩌면 당연한 결과일 것입니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계약금 지급에 관한 합의사항이 없다면 어떤 사태가 발생하게 될까요? 그 결과는 지자체의 일방적인 판단에 의한 공연 취소의 경우에도 공연팀은 어떠한 보상이나 배상도 받을 수 없다는 것입니다. 작년과 올해 발생했던 큰 사례를 들어볼까요? 대표적으로는 ‘신종 플루’에 의한 축제나 행사 등의 취소사태 입니다. 올해는 어땠나요? 서해안 ‘천안함 사태’에 의한 각종 행사의 줄줄이 취소 입니다. 가장 큰 이유는 ‘분위기가 그래서 어쩔 수 없다’는 것입니다. 그러다 보니 공연팀은 한 푼도 못 받고 다른 공연까지 놓쳐버리게 되는 것입니다. 지자체와의 계약에서 발생하는 또 한 가지 큰 문제는 지급 기한 입니다. 보통은 ‘공연 종료 후 1개월 내’ 등으로 지급 기한이 상당히 길고, 심지어는 내부 승인절차의 지체 등을 이유로 그 기한도 쉽게 넘어가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것입니다. 유명 연예인을 제외한 대부분의 공연팀은 자체적으로 운영을 하거나, 아니면 영세한 기획사를 매니지먼트사로 두고 운영되는 것이 보통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위와 같은 지자체의 공연계약은 결국 공연기획사에 의한 ‘과도한 공연료’ 책정이나 지자체와의 ‘공연계약 기피’ 현상 등 야기되는 문제를 넘어, 오랜 기간 준비한 공연팀의 노력을 아무런 대가 없이 물거품으로 만들어버린다는 것에 더 큰 심각성이 있다는 것입니다. 이제 공연팀은 더 이상 과거와 같이 몇 푼 던져주고 분위기나 띄워주는 ‘삐애로’가 아닙니다. 전문화된 문화와 예술을 무대로 올리는 중요한 작업입니다. 대기실을 당연히 제공한다거나, 없는 무대는 간이무대라도 만들어내려는 노력, 또는 리허설 시간을 배려하는 등 공연팀을 올바로 인정하고 대우하는 것이야말로 성공적인 공연을 만드는 초석이자, 나아가 우리나라의 공연문화예술 발전의 원동력이 된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