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8일부터 11일까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CES 2019가 성황리에 개최됐다. 지난해보다 6000명 더 많은 약 18만8000명이 찾아 사상 최대 규모가 됐다. 한국에서도 지난해 210개 업체가 참가했는데 올해는 328개로 늘었을 정도로 큰 관심을 모았다. 그래서인지 소위 '한국판 CES'가 열린다는 소식도 들린다. 외부 손님을 초대하는 행사는 학예회를 해도 최소 한 달은 걸리는데 이번엔 한 달도 안 되는 것을 보면 취지가 아무리 그럴싸해도 졸속, 전시행정이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미 CES에도 참가한 업체, 참관한 관람객을 위해 막대한 세금이 쓰였는데 이번에도 적잖은 세금을 써서 열린다는 소식에 많은 산학연관 관계자들이 혀를 차고 있다. 어쨌든 하기로 한 것이라면 잘되길 바란다.
한국에서 그토록 관심이 많은 미국 CES는 왜 잘될까. 한국에서는 기술전시회가 많은데 왜 관심을 못 받을까를 연구하는 것이 보여주기식 이벤트를 하는 것보다 훨씬 생산적일 것이다. CES를 주최하는 소비자기술협회(CTA)에서 개최한 CES 2019 정리 콘퍼런스를 한국에선 유일하게 참석하고 인터뷰를 했는데 그 자리에서 게리 셔피로 CTA 회장, 캐런 춥카 CTA 부회장이 비결을 들려줬다.
첫째, CES는 백화점식 스토리텔링 행사다. CES는 특정 분야 전문 전시가 아니라 인공지능, 로봇, 스마트시티, 5G, 보안, 자율주행차, 디지털헬스, 블록체인에 심지어 스포츠, 푸드테크까지 포괄하는 백화점식(CTA 표현으로 수평적) 이벤트다. 그래서 한 해를 관통하는 트렌드를 가장 잘 알 수 있는 이벤트이며 특정 기술에 대한 전문적 지식보다 '스토리텔링'이 중요하다. 프레스콘퍼런스를 개막 전날에 하고 전 세계 각지 기자들을 자비를 들여 초대하는 것은 전 세계에 스토리를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둘째, CES는 업의 경계를 무너트린다. 즉, 정보기술(IT) 행사가 아니라는 것이다. CES에 자동차 회사들이 많이 등장해 세계 최대 모터쇼가 된 것은 더 이상 뉴스가 아니다. 심지어 CES에는 안마의자, 요트, 헬리콥터까지 나온다. 이는 모든 기업이 테크기업이 되고 있으며 모든 제품은 테크제품이 되고 있는 것을 반영한 것이다. 기술 혁명의 영향력을 거부하는 산업, 기업에 미래는 없다. CTA는 기존 테크기업으로 묶이지 않았던 산업이나 업체를 찾아가 기조연설을 부탁하고 전시회에 나올 것을 독려한다.
마지막으로 정부는 관여하지 않고 돕는다. CTA도 정부 눈치를 안 본다. CES 2019에서는 미·중 무역전쟁, 높아진 관세 부과에 대한 비판적 목소리가 컸다. 라스베이거스 시정부도 CES 성공을 위해 택시기사들의 극심한 반대에도 우버를 CES를 앞두고 전격 허용(2017년)하기도 했다. 정부가 직접 주도하거나 업계 중심 협단체 주최 행사가 많은 한국에서는 CES 같은 글로벌 이벤트가 나오기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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